퇴직연금 DB형 DC형 차이, 나에게 맞는 건 뭘까

회사가 굴리는 돈과 내가 굴리는 돈, 퇴직급여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같은 회사, 같은 연차라도 퇴직연금을 DB형으로 받는지 DC형으로 받는지에 따라 손에 쥐는 금액이 꽤 달라질 수 있어요.

DB형은 회사가 운전대를 잡는 방식이고, DC형은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방식이에요. 그럼 이 둘은 정확히 뭐가 다르고, 나는 어느 쪽을 골라야 할까요?

먼저 밝혀두면 “무조건 이게 낫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오늘은 두 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내 상황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지 하나씩 짚어볼게요.

회사 인사 서류에서 DB형과 DC형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장면

퇴직연금 DB형과 DC형은 뭐가 다를까요?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회사 밖 금융기관에 미리 쌓아두는 제도예요. 그런데 이걸 “누가 굴리느냐”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어요.

DB형(확정급여형)은 회사가 운전대를 잡는 방식이에요. 회사가 적립금을 직접 굴리고, 운용 결과에 따른 손익도 회사가 다 떠안아요. 근로자는 운용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퇴직할 때 정해진 금액을 그대로 받아요.

DC형(확정기여형)은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방식이에요. 회사는 매년 정해진 금액만 내 계좌에 넣어주고, 그 돈을 어떤 상품에 굴릴지는 내가 직접 골라야 해요. 운용 성과가 좋으면 더 받고, 나쁘면 덜 받는 것도 내 몫이에요.

두 제도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이래요.

항목DB형DC형
운용 주체회사근로자 본인
손익 귀속회사근로자
수령액사전 확정운용 성과에 따라 변동
상품 선택불가능가능

즉 DB형은 얼마 받을지는 정해져 있지만 내가 손댈 수 없는 구조예요. DC형은 내가 손댈 수 있지만 얼마 받을지는 나한테 달린 구조고요.

두 갈래 길에서 각각 회사와 개인이 운전대를 잡은 모습을 비유한 이미지

퇴직급여는 각각 어떻게 계산될까요?

DB형은 퇴직 시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계산해요. 여기서 평균임금은 보통 퇴직 직전 3개월 급여를 기준으로 잡아요. 그래서 퇴직 직전에 얼마를 받고 있었는지가 퇴직급여 전체를 좌우해요.

DC형은 매년 임금총액 × 1/12(회사 납입금) ± 운용손익으로 계산해요. 회사가 매년 넣어준 돈에 내가 고른 상품의 수익이나 손실이 더해져서 최종 잔고가 정해져요.

쉽게 말하면 DB형은 퇴사 직전 월급이 중요한 구조예요. DC형은 매년 쌓인 돈을 얼마나 잘 굴렸는지가 중요한 구조고요.

임금상승률이 높으면 어느 쪽이 유리할까요?

실무에서 흔히 쓰는 판단 기준이 하나 있어요. 임금상승률이 높을수록 DB형이 유리하고,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을수록 DC형이 유리하다는 기준이에요.

앞서 봤듯 DB형은 퇴직 직전 임금이 계산의 핵심이에요. 그래서 임금이 꾸준히 크게 오르는 사람일수록 DB형에서 받는 금액도 커져요. 반대로 임금이 정체되어 있거나 본인이 투자에 자신이 있다면 어떨까요? 운용수익률을 임금상승률보다 높게 끌어올릴 수 있다면 DC형 쪽이 유리해지는 구조예요.

다만 “임금상승률이 정확히 몇 %를 넘으면 DB형이 유리하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산 공식은 확인되지 않았어요. 대부분 자료가 “임금상승률과 운용수익률 중 어느 쪽이 더 높은가”라는 정성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있어요. 이 기준을 참고 삼아 본인 상황에 대입해보는 정도로 활용하면 좋아요.

참고로 2025년 말 기준 실적배당형 수익률을 보면 DB형은 9.44%, DC형은 21.62%, IRP는 19.69%로 DC·IRP 쪽이 훨씬 높았다는 통계가 있어요. 다만 이건 시장이 전반적으로 오른 해의 결과예요.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DC형의 손실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아요.

임금상승률 그래프와 투자수익률 그래프를 저울처럼 비교하는 이미지

내 상황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까요?

임금상승률·운용수익률 말고도 개인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직이 잦다면 DC형 쪽을 눈여겨볼 만해요. DC형은 이직할 때 계좌를 개인형 IRP로 그대로 옮겨서 운용을 이어갈 수 있어요. 반면 DB형은 이직할 때마다 그 시점 퇴직급여를 정산받는 구조예요. 그래서 복리 효과를 길게 이어가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요.

한 회사에 오래 근속하고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편이라면 DB형이 유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앞서 본 것처럼 DB형은 퇴직 직전 평균임금이 커질수록 받는 금액도 커지기 때문이에요.

임금피크제 대상자라면 전환 타이밍이 특히 중요해요.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계산돼요. 그래서 임금이 깎이기 전에 DC형으로 옮겨야 그동안의 높은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적립금을 넘길 수 있어요. 임금이 이미 깎인 뒤에 옮기면 낮아진 임금 기준으로 정산돼서 불리해질 수 있어요.

이렇게 보면 판단 방향을 잡는 방법은 간단해요. “이직 계획이 있는가”, “근속연수와 임금상승 경로가 어떤가”, “임금피크제 대상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면 돼요.

이직, 장기근속, 임금피크제 세 갈래 상황을 나타낸 그림

DC형을 고르면 상품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DC형을 선택했다면 이제 어떤 상품에 돈을 굴릴지 직접 정해야 해요.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요.

원리금보장상품은 은행 예금,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 국채처럼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상품이에요. 안정적인 대신 수익률은 연 2~3% 수준으로 낮은 편이에요.

실적배당상품은 ETF, TDF(목표일자펀드) 같은 펀드예요.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고, 손실도 날 수 있어요. 투자성향에 따라 위험자산(주식형 펀드 등) 편입 한도가 다른데, 가장 공격적인 투자성향이라도 위험자산은 최대 70%까지만 담을 수 있어요.

실적배당상품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있어요. 반대로 원리금보장상품에만 계속 머물러 있으면 수익률이 낮아서 오히려 DB형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요.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DC형 가입자 중 상당수가 원리금보장형 예금에 적립금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고 해요. 내 퇴직연금이 어떤 상품에 들어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게 좋아요.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을 저울 양쪽에 올린 이미지

상품을 안 고르면 어떻게 될까요? 디폴트옵션이 뭐예요?

DC형이나 IRP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따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럴 때를 위한 제도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에요.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돼요.

신규 적립금은 입금 후 2주간, 기존 상품 만기 후에는 6주간 별도 지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에 들어가요. 포트폴리오는 정기예금부터 TDF, 자산배분형 펀드까지 위험도별로 여러 단계가 준비돼 있어요.

이 제도는 2023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어요. 2025년 말 기준 적립금이 약 53조 3천억원, 가입자는 약 734만 명까지 늘었어요. 같은 해 평균 수익률은 3.7%였는데, 그중 ‘중립투자형’만 보면 10.8%로 훨씬 높았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안정형에 쏠려 있는 비중이 커요. 2025년 4분기 기준 보험권 84.0%, 은행권 87.2%가 안정형에 들어가 있다고 해요. 자동으로 배정되더라도 안정형에 머물지, 조금 더 적극적인 유형으로 바꿀지는 내가 직접 선택하는 게 좋아요.

자동 운용을 나타내는 기어와 안정형·적극투자형 단계를 표현한 이미지

요즘은 DB형과 DC형 중 어느 쪽으로 더 많이 옮겨갈까요?

최근 몇 년 사이 흐름을 보면 DC형·IRP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어요.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501.4조원으로 처음 500조원을 넘었어요. 전체 평균 수익률은 6.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DB형 비중은 45.7~46.1% 정도로, 2024년 말 50%대에서 처음 절반 아래로 내려갔어요. 반대로 DC형과 IRP를 합친 비중은 54.3%까지 늘었어요.

DB형 비중은 2021년 말 60%대였다가 매년 조금씩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요. 실적배당형 기준으로 DB형보다 DC·IRP형 수익률이 훨씬 높게 나온 최근 시장 상황이 하나의 배경으로 꼽혀요. 회사 입장에서 장기 확정금리 부담을 줄이려는 흐름도 함께 맞물려 있다고 해요.

다만 이런 흐름이 있다고 해서 DC형이 무조건 더 좋다는 뜻은 아니에요. 앞서 본 임금상승률·이직 계획·투자 성향 같은 개인 조건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DB형 비중이 줄고 DC형·IRP 비중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DB형과 DC형, 서로 갈아탈 수 있을까요?

이미 가입한 뒤에 마음이 바뀌면 갈아탈 수 있을까요? 방향에 따라 조금 달라요.

DB형에서 DC형으로는 전환이 가능해요. 다만 회사가 DB와 DC 두 제도를 모두 운영하고 있어야 해요. 퇴직연금 규약에 전환이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어야 하고, 근로자 과반수(또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도 필요해요. 인사팀에 신청하면 정산까지 대략 2주 이상 걸려요. 기존 적립금을 전부 DC로 옮길지, 과거분은 DB에 남기고 앞으로 쌓일 금액만 DC로 받을지도 선택할 수 있어요.

DC형에서 DB형으로 되돌아가는 전환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편이에요. 근로자의 운용 손익 책임을 회사로 넘기는 문제가 생겨서, 순수한 역방향 전환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만 기존 DC 적립금은 그대로 둔 채 회사가 별도로 DB형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 거기에 신규로 가입하는 우회적인 방법은 있다고 해요. 이 부분은 자료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니, 실제로 전환을 고민한다면 회사 인사팀이나 관련 기관에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게 안전해요.

DB형과 DC형 사이를 화살표로 오가는 전환 절차를 표현한 이미지

오늘 배운 내용 정리

  • DB형은 회사가 운용하고 손익도 회사가 지는 구조예요. DC형은 내가 직접 운용하고 손익도 내가 지는 구조예요.
  • DB형은 퇴직 직전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DC형은 매년 적립금 ± 운용손익으로 계산해요.
  • 임금상승률이 높을수록 DB형이,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을수록 DC형이 유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 이직이 잦으면 DC형, 장기근속에 임금상승이 크면 DB형 쪽을 눈여겨볼 만해요.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전환 타이밍이 특히 중요해요.
  • DC형은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 중 직접 골라야 하고, 고르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운용돼요.
  • 최근에는 DC형·IRP 쪽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흐름이지만, 이게 모두에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DB형과 DC형 중 뭐가 더 낫다는 정답은 없어요. 저는 2021년에 입사하고도 한참 뒤에야 제 퇴직연금이 어느 쪽인지 확인했어요. 2025년에 연금저축을 만들면서 인사팀에 물어봤는데, DC형인데 적립금이 계속 원리금보장 예금에 들어가 있었어요. 회사가 넣어준 돈을 제가 굴려야 하는 구조라는 걸 4년 가까이 모르고 지낸 셈이었죠. 그 뒤로는 정답부터 찾기보다, 제 상황에 맞는 기준을 먼저 세우는 쪽을 더 믿게 됐어요.

오늘 살펴본 기준들을 하나씩 내 상황에 대입해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택이 한결 명확해질 거예요.


스터디앤리치의 ‘리치’가 이 글을 정리했어요. 서른 넘어 재테크 공부를 뒤늦게 시작한 직장인이고,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독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공부해나가는 입장이에요. 여러 공식 자료를 교차 확인하며 쓰고, 자료마다 다른 부분은 숨기지 않아요.

리치 프로필

리치

서른 넘어 재테크 공부를 늦게라도 제대로 시작한 직장인이에요. 전문가로서 가르치기보다 독자와 같이 공부해나가는 입장에서 스터디앤리치를 쓰고 있어요. 필자 소개 더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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